“현장 목소리에 답하다”… 신천지 자원봉사단 부산서부지부의 ‘맞춤형 동행’
■ ‘공급자 중심’ 봉사의 한계… 현장의 체감 온도는 여전히 낮은 수준
해마다 수많은 단체가 환경정화 활동에 나서지만, 현장의 체감도는 기대에 못 미친다. 관리가 용이한 번화가 위주로 활동이 편중되는 ‘봉사 공급의 양극화’ 현상 때문이다. 반면 인력 수급이 어렵고 작업 강도가 높은 어촌 마을 배후지, 노후 골목길, 재해 위험 지역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기 일쑤다.
행정안전부의 ‘2023 자원봉사활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자원봉사활동 중 국내 도시 지역이 61.4%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뒤이어 특정되지 않은 국내 지역(20.1%), 국내 농어촌(16.2%), 해외(2.3%) 순으로 도심 및 국내 중심의 활동 경향이 뚜렷했다.
또한 ‘자원봉사활동의 수요·공급간 공간 불균형에 관한 연구’ 등 지리정보시스템(GIS) 기반의 연구에서는 대구지역 자원봉사자의 약 60~70%가 수성구 등 주거 여건이 좋고 교통이 편리한 신도심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봉사자들이 봉사처를 선택할 때 ‘지리적 접근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는 점이다. 조사 결과, 대중교통으로 30분 이상 소요되는 외곽 지역이나 노후 주거지의 경우 도심 지역에 비해 봉사자 방문 빈도가 최대 5배 이상 낮았다. 봉사 자원이 공급자가 이동하기 편한 곳 위주로만 흐르면서 교통이 편한 곳은 중복 수혜, 교통이 불편한 소외 지역은 이중고를 겪는 셈이다.
■ 지역 네트워크와의 ‘핫라인’, 사각지대를 발굴하다
부산서부지부는 봉사자의 입장에서 ‘하기 좋은 곳’이 아니라, 수혜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곳’을 찾는 것이 실효성의 핵심이라고 판단하며 ‘지역사회 단체와의 긴밀한 협력’을 그 해답으로 제시했다. 지역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어촌계, 상인회, 주민자치단체, 보훈단체 등과 소통하며 행정력이 미처 닿지 못해 방치된 ‘난코스’를 추천받는 방식이다. 봉사단이 장소와 내용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 목소리에 답하는 ‘수요 맞춤형’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지난 22일 가덕도 어민들과의 만남이 그 사례 중 하나다. 부산 가덕도 천성항은 낚시꾼과 캠핑족들이 남기고 간 폐기물과 뒤엉킨 폐어구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어민들은 생계 유지와 어업 활동만으로도 하루가 부족한 상황에서 끊임없이 밀려드는 해양 쓰레기를 직접 치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어촌계의 요청을 받은 부산서부지부 봉사자들은 해안가를 따라 밀려든 해양쓰레기 더미 속에 직접 뛰어들어 4500리터의 폐기물을 걷어냈다.
구종성(69‧남‧부산 강서구) 어촌계장은 “치워도 매일 밀려드는 쓰레기에 앞이 깜깜했는데 젊은 봉사자들이 자기 일처럼 치워주니 이제야 해안가가 깨끗해 보인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사실 이러한 수혜자 중심의 행보는 지난해부터 이어온 ‘장수 사진 프로젝트’에서 이미 그 진가를 발휘한 바 있다.
부산서부지부는 지난해 2월부터 나라를 위해 헌신한 국가유공자들의 희생과 노고를 기리기 위한 ‘장수 사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보훈단체 회원들이 주로 거주하는 노후 주택 밀집 지역은 도심지와의 접근성이 떨어져, 거동이 불편한 고령의 유공자들이 사진관까지 이동하기에는 물리적 제약이 있었다. 봉사단은 이러한 현장의 애로사항을 적극 반영해 ‘보훈회관으로 직접 찾아가는 사진관’ 형태로 프로젝트를 기획, 수혜자 중심의 맞춤형 봉사를 실천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당초 사하구 보훈단체를 대상으로 시작되었으나, 이후 사상구와 영도구 보훈단체의 요청이 잇따르면서 참전용사 200여 명으로 지원 대상이 대폭 확대됐다.
봉사단은 어르신들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사진에 담아 존경의 마음을 전했으며, 이후 열린 전달식에서는 사하구 보훈단체협의회 산하 9개 단체별로 ‘앨범 판넬 간이 전시회’를 함께 개최해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현장의 한 관계자는 “사진관 접근이 어려운 취약 지역 어르신들에게는 직접 찾아오는 봉사가 무엇보다 큰 선물”이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처럼 현장의 필요에 응답해 온 부산서부지부의 행보는 5년 전, 국가적 위기였던 코로나19 팬더믹 상황에서도 예외가 아니였다.
코로나19 예방접종이 한창이던 지난 2021년 6월, 부산 사하구 자원봉사센터의 요청으로 백신 접종 지원 봉사에 나섰다.
당시 사하구 예방접종센터(신평체육관)는 유동 인구가 많은 괴정이나 하단 등 중심 번화가와는 수 킬로미터 떨어진 신평동 에 위치해 있었다. 특히 공단과 인접한 지리적 특성상 정기적으로 참여할 봉사자를 구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던 상황이었으나 부산서부지부는 즉각 인력을 지원하며 방역의 빈틈을 메웠다.
사하구 자원봉사센터 관계자는 “당시 접종이 예약제로 운영되면서 체온 체크와 이상 반응 모니터링 등 꾸준한 일손이 절실한 실정이었다”며 “지난 4월 영도구 예방접종센터의 인력 부족 상황에서 적극 협조해 준 전례를 바탕으로 도움을 요청하게 됐는데, 선뜻 나서준 봉사단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부산서부지부는 대학생과 청년 6명으로 구성된 봉사단을 현장에 투입했다. 이들은 매주 월요일마다 센터를 방문해 주차 관리, 접종 전후 동선 안내, 질서 유지 등의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며 그해 연말까지 활동을 지속했다.
■ “현장의 필요가 곧 활동의 기준”… 지역사회와 공조 넓힌다
부산서부지부의 이 같은 행보는 단순한 봉사 활동을 넘어, 지역사회의 실질적인 고충을 해소하는 실천적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오랜 봉사 활동을 통해 구축된 지역 단체들과의 협력 네트워크는 향후 정기적인 소통 체계로 상시 운영될 전망이다.
김요한 부산서부지부 부지부장은 “봉사의 실효성은 현장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시점에 적절한 도움을 제공할 때 나타난다”며 “앞으로도 지역사회 단체들과 긴밀히 소통하여 일손이 부족한 사각지대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이어서 “남들이 기피하는 봉사일지라도 실제 변화가 필요한 현장을 찾아가는 ‘맞춤형 봉사’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현장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지역사회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는 신천지 자원봉사단 부산서부지부의 행보가 봉사의 실천적 가치를 더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신천지자원봉사단 부산서부지부]